[컨설턴트 Life] 맥킨지 컨설턴트 정말 잠을 못자나요?

Consultant Life 작성일 : 2023년 03월 02일

1. 들어가며

이 글을 Work로 쓸지, Life로 쓸지 잠깐 고민했다. 그렇지만 주제가 “잠”인만큼 Life로 카테고리를 정했다. 맥킨지, 베인, BCG 등 MBB 전략 컨설턴트는 정말 얼마나 일하고, 잠은 얼마나 잘까? 이게 이번 글의 주제다. 전략컨설팅을 생각하는, 이직을 생각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전략 컨설턴트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얼마나 일하는지, 얼마나 자는지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나는 솔직히 말하는 편인데, 그럴 경우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 물어보면서도, “에이 설마 사람이 진짜 그렇게 일하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종종 받곤 한다.

잠은 소중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에 6~7시간은 잤던 것 같다. “뭐야 꽤 자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던 편이고, 잠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은 편이다. 대학생 때도 오전 9시 수업은 전략적으로 수강 신청하지 않았다. 이건 여담이고, 좀 더 디테일하게 컨설턴트가 어떻게 일하는지 묘사하면 컨설턴트의 수면 상황이 이해가 될 것 같다.

 

2. 컨설턴트는 얼마나 일하는가? 얼마나 자는가?

모든 건 케바케다. 내 기준으로는 케이스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평일에 “당일 귀가하면” 일찍 귀가했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다. 12시쯤 귀가하면 1~2시간 정도는 놀다가 잠들면 6~7시간은 충분히 자기 때문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케이스를 나누어 보면, 이정도인 것 같다.

1) 라이프 좋은 프로젝트 – 평소에 10~11시면 업무 종료

2) 라이프 적당한 프로젝트 – 평시 1~2시 정도면 업무 종료

3) 라이프 안 좋은 프로젝트 – 평균 3~4시까지 업무 진행 – 이때 업무가 끝난다기 보다는… 이때 귀가를 못 하면 다음날 컨디션이 작살나기 때문에 퇴근하는 거라고 보는 게 더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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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2시에만 들어가도 5~6시간은 잘 수 있었고, 만약 주말만 보장된다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라이프인 것 같다.

 

내 기준 가장 극단적인 한 주의 컨설팅 라이프는 다음과 같았다.

– 일요일 저녁 6시 업무 시작, 새벽 2시 취침 – 약 5시간 취침

– 월요일 오전 10시 출근, 새벽 4시 귀가 – 약 4시간 취침

– 화요일 오전 10시 출근, 새벽 4시 귀가 – 약 4시간 취침

– 수요일 오전 10시 출근, 새벽 5시 귀가 – 약 2시간 취침

– 목요일 오전 11시 보고(파트너, PM만 보고 참석), 오후 6시 퇴근(보고가 잘 끝났다), 팀원들끼리 술 먹다가 새벽 4시 귀가(!)

– 금요일은 적당히 Wrap-up

보고 직전에 프로젝트에 불이 나서 매일 밤을 샜던 상황이었다. 근데 또 막상 보고를 진행하고 보고가 잘 마무리 되고 나니, 묘한 해방감과에 팀원들과 술을 마시다 새벽 4시까지 마셨다. 돌이켜보면 그땐 또 그럭저럭 할만 했던 것 같다. 뭐라 해야 하나… 찍어야 하는 장표가 있다 보니 그때까지는아드레날린이 계속 나온다고 해야 하나.

밤새 일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밤새 술먹는 것도 약간 익숙한 그런 문화도 있다.

3. 왜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는가?

혹자는 10~11시에 업무가 끝나는 것도 대기업 직장인한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컨설턴트가 어떻게 일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나는 “하루에 2번 출근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보통 체크인, 체크아웃이라는 표현을 쓴다.

호텔도 아니고 체크인 체크아웃이 뭐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 체크인: 10시쯤 PM과 논의하며, 전날 밤에 진행한 업무를 점검하고 오늘 진행할 방향성을 정리

– 체크아웃: 17시쯤 PM과 업무를 마치며 오후에 진행한 업무를 하고, 그날 저녁에 진행할 내용을 Align

저녁 먹고 다시 일하러 가면 다시 출근하는 느낌이 든다.

 

4. 극단적인 상황도 있다.

게중에서도 유독 라이프가 안 좋은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 원인은 보통 클라이언트에 있는 경우가 있다. 컨설팅도 어쨌든 자문업이다 보니, 그들을 고용한 클라이언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아무래도 클라이언트가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면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 프로젝트의 정수가 DD 프로젝트인데(Due Diligence, 기업실사) 보통 클라이언트가 PE인 경우가 많다. 클라이언트가 대기업인 경우와 PE인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왜냐하면 PE도 전략 컨설팅 만큼(혹은 보다 더) 오래 일하기 때문이다.

국내 탑 티어의 주요 PE들, 컨설팅 회사의 중요한 클라이언트이기도 하다.

친구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저녁 11시쯤, DD 프로젝트를 하는 컨설턴트 동료와 카톡을 하다가, 지금 시간에 클라이언트 사이트(site; 클라이언트 회사를 사이트라고 표현한다)에 들어간다고 하길래 “역시 PE는 늦게까지 일하네, 밤 11시에 미팅이라니” 생각하면서 일하다 퇴근을 했었다.

다음날 9시쯤, 출근을 하면서 친구 생각이 나서 카톡을 해봤더니 그 답변이 걸작이었다.

 

“아직  사이트야”

– 친구

 

그렇다. 친구는 그날 클라이언트 사이트에서 클라와 함께 같이 밤을 새며 아침까지 알하고, 작업한 자료를 모두 검증했던 것이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있다가 오전 10시쯤, “이제 퇴근해”라는 카톡을 남기고 장시간 카톡 답장이 없었다.

5. 나가며

 

그런데 또 지내면 지내지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있었던 것 같다.

뭐랄까, 다같이 고통 받는 상황이다 보니 은근히 힘이 난달까? 나만 홀로 늦게까지 일하면 상황이 절망스러울텐데, 생각보다 그 절망을 공유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그래서 컨설턴트들끼리 서로 카톡이 활발해지는 시간이 새벽 1~2시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다들 그쯤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2시에만 퇴근하면 나름 지속가능한 삶인 것 같다. 일단 잠은 충분히 잘 수 있지 않은가.

궁금한 게 조금이라도 해소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