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주메. 아직 내 첫 레주메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에게 레주메는 참 어렵다.
막막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다. 한국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써본 사람들은 있어도, 영어로 레주메를 써본 사람은 많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봤다가 막상 막히는 부분이다. 정말 레주메를 “처음” 작성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필자도 어렸을 때 느꼈던 막막함을 떠올리며 A to Z 느낌으로 팁들을 작성해보려 한다.
1. 포맷 잡기
시작부터 막히는 부분은 포맷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작성한 레주메를 보고 따라해보겠다고 워드파일에 작성하다 보면, 내 완성된 못생긴 레주메를 보고 좌절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1.1 본인이 레주메 포맷을 직접 작업할 경우
본인이 documentation에 감각이 좀 있을 경우, 직접 작성하는 것도 괜찮다. 가장 커스터마이징도 무조건 표 기능을 활용하길 바란다. 표를 만든 다음에 테두리를 투명처리하고, 필요한 부분에만 테두리에 색깔을 입혀서 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표 기능을 추천하는 이유는, 스페이스로 포맷을 잡을 경우 내용들을 수정하다 보면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2 다른 레주메 양식을 활용할 경우
구할 수 있다면 다른 레주메 양식을 구해서 쓰거나, 구매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단에 케이스멘토에서도 실제 MBB 합격자의 레주메를 조금 sanitze 해놓은 샘플을 올려놨다. 친절하게 워드파일까지 올려놨으니 샘플을 구할 마땅한 곳이 없다면 해당 샘플을 활용하자.
1.3. 개성 있는 레주메?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레주메?
폰트는 Times New Roman 폰트를 활용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전략컨설팅펌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집단이다. 개성보다는 똑똑함을 보는 조직이기 때문에,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마인드로 포맷을 아예 다르게 가져가거나, 사진을 넣거나, 폰트를 다른 것을 쓰는 무리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수십 장의 인턴 레주메를 받았을 때 남들과 아예 다른 포맷의 레주메를 가끔 받을 때가 있는데 약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를 상회하는 스펙이나 경험이 있으면 면접은 봐볼까 싶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인 것 같긴 하다.
2. 레주메 순서
레주메의 구성 순서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사람들이 좀 있다. 레주메마다 천차만별인데, 어떤 순서로 작성해야 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전략컨설팅 레주메는 “강조하고 싶은 것”을 가장 위에 넣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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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보통 경력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인턴 경험이 일반적이므로, Education – Work Experience – Extracuriccular Activities – Other Information 순서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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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은 학력보다는 그동안의 경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Work Experience를 최상단에 놓는 경우가 많다. 학력도 신입 레주메 대비 좀 더 간략하게 작성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3. 레주메 작성하기
3.1 레주메 작성 마인드
레주메는 기본적으로 본인을 어필하는 문서이고, 레주메를 봤을 때 “어떤 사람인지”가 그려지는 게 중요하다.
즉, 내가 어떤 업무 경험을 통해 어떤 역량을 확보하게 됐는지에 대한 어필 뿐만 아니라 “본인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곳곳에 녹여 주는 게 중요한 것이다. 특히 신입 레주메일수록 그렇다. 왜냐하면 신입들의 역량이나 경험들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레주메에서 면접관이 보기에 “흥미로운” 부분이 잘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흥미로운”의 정의는 면접을 볼 때 물어보고 싶은 경험일 것이다.
3.2 각 항목별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는 게 흥미로울까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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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에는 학교, 전공, 복수전공, 학점 정도는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학생회 경력이나 들었던 수업들을 적어주는 경우가 많다. 학점은 너무 낮거나 적지 않았으면 물어볼 수는 있다. 4.3 만점에 3.7 정도 되면 크게 더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좀 더 “경영스럽지 않은” 내용들을 적으면 흥미로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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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출신이 전략 수업이나 회계 수업을 열심히 들은 걸 어필해도 크게 의미 없다는 얘기인 반면, 경영 수업 뿐만 아니라 수학이나 컴공 등 과목들을 들었을 경우 흥미로워 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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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Experience는 그동안 진행한 (돈을 받고 진행한) 업무들에 대한 경력들을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신입 기준 대부분 인턴 경험일텐데, 객관적으로 본인이 한 업무를 적도록 하되, 너무 과장하지는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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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턴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건 그 레주메를 보는 면접관이다. 인턴이 마치 PM인마냥, 컨설턴트가 한 마냥 적어두면 오히려 챌린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정말 자신 있게 다른 인턴들이 안 해본 경험을 해봤으면 어필하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으면 깔끔하게 본인이 한 걸 적되 어떤 걸 배웠는지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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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curricular Activities와 각종 리더십이나 학회, 동아리 활동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은 본인만의 charming 한 부분을 자극적으로 잘 써주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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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경험이 없을 수 있다. 그냥 무난하게 대학 생활을 보내서 자극적인 경험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인이 한 경험을 좀 더 “흥미롭게 포장” 하는 역량은 분명 컨설팅을 하는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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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 Information은 약간의 개성을 드러내도 좋은 공간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그려볼 때 이쪽에 있는 정보를 많이 활용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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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s: Watcing Movies, Exercise, Driving라고 적혀 있는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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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s: Asset Manager of a couple of friends, musical geek이라고 적혀 있는 사람의 흥미도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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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밑에 사람은 면접을 볼 때 어렸을 때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지속적으로 특정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고, 뮤지컬에 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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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당시에 뮤지컬에 빠져 있었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뮤지컬 정보를 확인하고 덕질하는 상황이었기에, 인터뷰를 볼 때 자연스럽게 뮤지컬 얘기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고, 전반적으로 인터뷰가 잘 풀려 결과적으로 인턴으로 채용했었다. (물론 그분이 케이스도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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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좀 더 실전적인 Tips
4.1 본인의 스토리가 드러나야 한다.
레주메는 “하나의 글”이다. 본인이 살아온 행적이 “Why consulting”에 대한 답으로 귀결되는 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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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석적인 컨설팅 준비 테크를 탔다면 그 행적이 잘 보여야 한다. 각 인턴 경험이나 동아리 등의 경험을 단편단편으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모두 연결되게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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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다른 것을 준비하다가 컨설팅으로 돌렸다면, 다른 경험에서 “어떤 lesson-learn을 얻어서” 컨설팅으로 선회하게 됐는지가 들어나는 게 좋다. 그게 잘 준비가 돼야 한다.
4.2 본인의 경험 디테일을 “컨설팅 지원자 A”처럼 쓰지 않기
필자가 레주메를 보고 가장 많이 하는 피드백이 “이건 너가 한 경험이 아니라, 다른 컨설팅 지원자 A도 쓸 수 있는 문장이다”인 것 같다. 레주메의 목적은 “차별화”다. 그런데 본인이 한 경험을 가장 general하게 써서 그 차별화를 망가뜨린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Estimated the market size of the xxx market and analyzed the market competition by categorizing the participants in the market
출처: “컨설팅 지원자 A”의 레주메
지금도 수많은 인턴들은 컨설턴트가 부탁한 시장 규모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을 분석하고 있다. 즉, 내가 아닌 내 옆에 앉아 있는 인턴 지원자도 쓸 수 있는 문장인 것이다.
Estimated 1 trillion KRW xxx market with a consistent 10% annual growth and analyzed its shift from an oilgopoly to a more competitive structure, capturing evolving market trends
출처: “MBB 합격자”의 레주메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바꿔봤다. xxx 시장의 규모를 좀 더 사실적으로 추정하고, 매년 10%씩 고성장하고 있다는 인사이트도 도출했다. 거기에 과점 구도에서 경쟁 구도가 변경되고 있다는 비즈니스적 인사이트까지 도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경험이지만 위에처럼 “컨설팅 지원자 A”처럼 쓰는 것과 아래처럼 쓰는 것은 분명 천지차이이다.
지금 내가 쓴 문장들이 너무 제너럴하지 않은지, 내 옆자리에 있는 인턴도 쓸 수 있는 문장인지 항상 자기점검보자.
4.3 숫자를 기반으로 쓰기
다른 레주메 tip에서도 항상 많이 나오는 말이므로 짧게 진행하고 넘어가겠다. 4.2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결국 차별화가 되려면 좀 더 사실적인 숫자가 들어가도 좋다.
예를 들어 인터뷰 heavy한 프로젝트라서 정말 인터뷰 노트를 많이 썼다고 하자. 그럼 50+, 100+ 이런 식으로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적어주는 게 좋다. 혹은 본인이 참여한 업무에서의 어떤 개선이 있었다면 ~20% 이런 식의 정량적 표현도 좋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실제 컨설팅업에서도 비슷한 로직으로 많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에서는 결국에 수많은 정보들을 취합해서 인사이트를 뽑아내야 하고, 그 인사이트는 숫자로 치환된다. 그걸 레주메에서부터 연습하는 것이다.
4.4 포맷 / 영어 맞춤법 교정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인턴 레주메를 보다가 치명적인 오타나, 포맷에 실수가 있으면 스펙이 좋아도 보통 패스를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본인의 얼굴이나 다름 없는 레주메도 실수가 있으면, 내가 주는 수많은 업무에는 실수가 얼마나 많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정도면 그 중요성은 강조가 충분히 될 것 같다. 맞춤법이나 문법 등 검수 많이 하자. 요즘은 chatGPT에 맡기면 잘해준다.
4.5 실제 합격자 레주메 최대한 많이 구해서 보기
이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 써보기 전에는 / 부딪혀 보기 전에는 감이 안 올 것이다. 그럴수록 실제 MBB 합격한 사람들의 레주메를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 인맥을 통해 최대한 구해서 많이 받아 보자.
케이스멘토에서도 MBB 합격생들의 레주메 15선(신입/경력직)을 제공하고 있다. 무려 실제 해당 레주메 작성자로부터 각 문장/항목들에 대한 작성 의도와 스토리라인까지 받아서 제공하고 있다.